다섯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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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용혜원


오월

초록이 좋아서

봄 여행을 떠난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이

가슴에 가득하다


오월

하늘이 좋아서

발길을 따라 걷는다


초록 보리 자라는 모습이

희망으로 다가와

들길을 말없이 걸어간다




5월은 오고 홍해리


비 개고

5월,


너 온다는 기별

온 세상이 환히 열리는데

내 눈이 감기고

목도 잠기네

하늘 아래

눈부신 슬픔이 기쁨일까

기다림은 풀잎에 걸고

눈물은 하늘에 띄우네

숨이 막혀, 숨이 차

마음만, 마음만 하던

숨탄것들, 푸새, 나무들

봇물 터지듯

귀청 아프게 초록빛 뿜어내니

홀맺은 한

가락가락 풀어내며

5월은 또 그렇게 저물 것인가.








푸른 5월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젋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5월 홍수희


시들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장미는 피지 않았을 거예요


질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나무는 초록을 달지 않았을 거구요


이별을 미리 슬퍼했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겠지요


사랑이란 이렇게,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


5월의 장미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5월의 신록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당신을 향해 다시 피어나겠어요

당신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어요



5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내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여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근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며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메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여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을 찾어 갈가나


일본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아르키러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 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5월을 맞으며 서정윤


소리가

키 작은 소리가 밀리어가다가

어둠이 불어오는

보릿단 위에 엉기고 있다

비가 내린다

습기찬

내 생활의 구석 자리에

눈물의 홀씨들이 모여

저들끼리의 사랑과

고통의 거미줄을 짜고

무엇으로든 비가 내린다.


어느새 우리는

우리들의 있던 곳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여져 왔다.

그 먼 길을

소리로서 되돌아가는

푸른 색의 정물화단에

목의 힘으로 하늘을 들어야 하는

키 작은 보리들의 낙서.

내 손에 들려 있는

무거운 하늘이 흔들리고

바람은 또 이렇게 불어 오는데.


五月 김동리


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仙鄕도 부럽지 않으이








오월 찬가 오순화


연두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 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 허리에 내려 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5월편지 도정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 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있는 그 곳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일 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 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냅니다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 가득 밀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데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 달처럼

내게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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