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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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관한 시1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이해인


어디에 계시는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요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때 눈물 속에서

불러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늘 간절한 어머니 생각 용혜원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선한 눈빛

부드러운 손길, 따뜻한 사랑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은 언제나

풍성합니다.


어머니의 자식도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어머니의 깊은 정을 알 것만 같습니다.


늘 뵙는 어머니지만

뵙고픈 생각이 간절해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도

내 생각을 하고 계셨답니다.


그 무엇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어머니의 사랑

그 사랑을 갚는 길이 없어

늘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가끔씩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라 임춘성



그대

가끔씩은 늙으신 어머니의 손을 잡으라


거칠고 힘줄 불거진 힘없는 그 손


그 손이

그대를 어루만지고 키워 오늘의 그대를 만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그 손을 잊지는 않았는가

가슴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가


그 옛날

그대에게 회초리를 들고 꾸짖으시던

그 엄하고 꼿꼿한 손


슬프고 힘들 때 잡아 주시던 그 따뜻한 손은 이제 없다


힘들고 고된 삶의 여정에 지치고

세월의 무게에 마음마저 연약해지신

늙고 병드신 어머니의

거칠고 힘없는 손이 있을 뿐


이제 그대

잠시 일상을 접고


삶에 분주한 그 손으로

아내와 자식들의 손을 잡았던 그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아보지 않으려는가


그의 머리를

그대 가슴에 기대게 하지 않으려는가

어머니를 위해서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을 그대를 위해서







어머니 강정란


비가 내립니다


하늘에서 내린다 싶더니

어느 새

눈물이 되어

가슴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메마른 목을 타고

가슴에 설움을 채우고 있습니다


비가 알려줍디다

난 당신의 눈물을 모르고

당신의 무게를 덜지 못했던

철부지였노라고


철부지라서

오늘 곁에 계신 당신이

내일도 모레도 곁에 계실 줄 알았던 거라고


땅에 떨어진 비가

목마른 흙을 적셔주며

검은 구름의 무게를 덜어주듯


어머니,

이 비가

당신께서 흘리신 눈물이어서


당신께서 지고 계셨던 아픔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하늘 너머

고운 세상으로

평안히 가실 수 있다면

작은 가슴 모자라


온 몸을 채우고 넘칠지라도

다 받겠습니다


진작에 덜어드릴 걸 그랬습니다

진작에 안아드릴 걸 그랬습니다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 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베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어머니 김초혜



한 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 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어머니 김사랑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의 파도같은 주름살을

차마 볼 수 없어

가슴에 말라붙은 젖을 볼 수 없어

모른체 살아 왔지만

사랑의 굴레같은 길에 와서야

당신이 얼마나 저를 사랑 하셨는지

이제야 조금 느꼈을 뿐인데

어머니, 당신의 사랑은 끝이 없네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절 낳으시고 길러 주셨는데

모른체 살아온 반 평생

늘 한쪽 가슴이 시리면서도

툭하면 잊고 사는 날 뿐이지요


당신이 제게 주셨던 마음

티끌만큼도 값지 못한 채

아래로만 흐르는

내리 사랑을 어찌 할까요


어머니,

어머니,

당신의 사랑은 저의 하늘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저의 바다입니다




사모곡 신달자


길에서 미열이 나면

하나님하고 부르지만

자다가 신열이 끓으면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요.


아직도 몸 아프면

날 찾냐고

쯧쯧쯧 혀를 차시나요.

아이구 이꼴 저꼴

보기 싫다시며 또 눈물 닦으시나요.


나 몸 아파요, 어머니

오늘은 따뜻한 명태국물

마시며 누워있고 싶어요.

자는 듯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부르튼 입으로 어머니 부르며

병뿌리가 빠지는 듯 혼자 앓으면

아이구 저 딱한 것

어머니 탄식 귀청을 뚫어요


아프다고 해라

아프다고 해라

어머니 말씀

가슴을 베어요.




어머니 정연복


그럭저럭 견딜 만한

인생살이 같다가도


세상살이가 힘겨워,

문득 쓸쓸한 마음이 들 때


나지막이 불러보는,

세 글자



당신의 그 여린 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지어낸


이 몸,

이 소중한 생명이기에

꽃잎 지듯,

쉽게 무너질 수는 없어요




어머니 조병화


어머님은 속삭이는 조국

속삭이는 고향

속삭이는 안방

가득히 이끌어 주시는

속삭이는 종교


험난한 바람에도

눈보라에도

천둥 번개 치는

천지 개벽에도


어머님은 속삭이는 우주

속삭이는 사랑

속삭이는 말씀

속삭이는 생


아득히, 가득히

속삭이는 눈물

속삭이는 기쁨.




어머니, 어머니 이중삼



금이야, 옥이야, 자식 잘 되길

물불을 가리니까

뜬눈으로 지샌 세월

바람든 손끝에 가시밭 일구셨네

아, 몰랐어라

어머니 내 어머니

옛이야기 즐기시며

자식 사랑 낙이련만

내 자라 어른 되걸랑 돼걸랑은

천년 만 년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겠다던

골백번 언약이 왜 그리 낯이 선이

어머니, 저 먼 눈빛으로

하늘 끝만 보십니다.


길은

석양을 짊어지고 가슴 북 치는데




어머니의 편지 이해인


철 따라 내게 보내는

어머니 편지에는

어머니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있다


당신이 무치던

산나물 향기 같은 봄 편지에는

어린 동생의 손목을 잡고

시장 간 당신을 기다리던

낯익은 골목길이 보인다


당신이 입으시던

옥색 모시 적삼처럼

깨끗하고 시원한 여름 편지에는

우리가 잠자는 새

빨간 봉숭아 물 손톱에 들여 주던

당신의 사랑이 출렁인다


당신이 정성껏

문 창호지에 끼워 바르던

국화잎 내 마음의 가을 편지에는

어느 날 

딸을 보내고

목메어 돌아서던

당신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당신이 다듬이질하던

하얀 옥양목 같은 겨울 편지에는

끓어서 목주알 굴리는

당신의 기도가 흰 눈처럼 쌓여 있다


철 따라 아름다운 당신의 편지 속에

나는 늘 사랑받는 아이로 남아

어머니만이 읽을 수 있는

색동의 시들을

가슴에 개켜둔다




건강하세요 어머니 용혜원


세파에 시달려 늘 뼈골이 아프시면서도

쉴 겨를 없이 움직이며 일하시는 어머니

"몸이 좀 어떠세요?" 물으면

"난 괜찮아 견딜만해, 너는 어떠냐?"

하시는 어머니


어느 한순간 지난듯한 삶의 여정에서

늙으신 어머니에게

삶의 흔적인 주름살과

아픔만이 찾아왔다


다섯 자식 어린 시절

어머니 손잡고 다니길 원하고

어머니가 목욕 시켜주길 바라고

어머니 젖가슴 만지고 잤는데

어느 사리에 어머니보다

더 키가 큰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온 식구가 수제비와 물국수, 강냉이죽으로

가난을 나누어 먹던 시절도 다 흘러가고

동터오는 해처럼 타오르는 어머니의 자식들

어머니 웃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어머니 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새색시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마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幼年)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어머니의 눈물 박목월


회초리를 들긴 하셨지만

차마 종아리를 때리시진 못하시고

노려보시는

당신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와락 울며 어머니께 용서를 빌면

꼭 껴안으시던

가슴이 으스러지도록

너무나 힘찬 당신의 포옹


바른 길

곧게 걸어가리라

울며 뉘우치며 다짐했지만

또다시 당신을 울리게 하는


어머니의 눈에

채찍보다 두려운 눈물

두 줄기 볼에 아롱지는

흔들리는 불빛




어머니의 기도 모윤숙



놀이 잔물지는 나뭇가지에

어른 새가 엄마 찾아 날아들면,

어머니는 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산 위 조그만 성당 안에 촛불을 켠다.

바람이 성서를 날릴 때

그리로 들리는 병사의 발자국 소리들!

아들은 어느 산백을 지금 넘나 보다.

쌓인 눈길을 헤쳐 폭풍의 채찍을 맞으며

적의 땅에 달리고 있나 보다.

애달픈 어머니의 뜨거운 눈엔

피 흘리는 아들의 십자가가 보인다.

주여!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이기고 돌아오게 하옵소서.




어머니날 김윤도


새벽기도 나서시는,

칠순 노모(老母)의

굽어진 등 뒤로

지나온 세월이 힘겹다.


그곳에 담겨진

내 몫을 헤아리니

콧날이 시큰하고,


이다음에, 이다음에

어머니 세상 떠나는 날

어찌 바라볼까


가슴에

산(山) 하나 들고 있다.




어머니 윤보영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말만 들어도

가슴 찡한

어머니!


나도

어느새

그 어머니가 되어있다.




어머니와 베개 윤보영



어머니가 베개를 주셨다

"이거 베고 자면 몸에 좋단다!"

순간 '또 사셨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끔 어머니를 만나면

수저나 그릇 세트

작은 항아리까지 주시곤 하셨다.


그때마다

"이런 것은 사용도 못 해요!"

마음 불편한 말을 해드렸는데.


오늘 보니 허리가 더 굽었고

걸음도 불편해 보이는 어머니!

베개를 사서 우리를 기다리는 마음이

허리와 다리 통증까지

잊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 베개 사셨네!"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는지 아이처럼 웃는 어머니!

'우리 엄마 참 예쁘다!'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다 일어서는데

베개를 받아 준 게 고마운지

보내고 난 뒤 허전함 때문인지

내 걱정은 말라는 어머니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 선물도, 앞으로

몇 번을 더 받을 수 있을까

나이 드신 어머니를 남겨두고

돌아서는 내 눈에도 눈물이 났다.


잘 살고 계셔서 고맙고

찾아와 볼 수 있어서 고마워요

어머니, 어머니!


걷고 있는 발자국 보다 더 많이

메아리치듯 나오는 이름

어머니

아, 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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