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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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아침 나태주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네요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돌덤불 사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내 마음도 병아리 떼같이

종알종알 노래할 것 같네요

봄비 맞고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져보면

손끝에라도 금시

예쁜 나뭇잎이 하나

새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네요



5월은 윤보영

5월은

그대를 닮았습니다


산과 들, 온 세상에

그대 닮은 꽃이 활짝 피어있고

가지마다 그대 생각처럼

새싹이 가득합니다


이 좋은 5월

나는 오늘

뭉게구름을 타고

그대 가슴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대 손을 잡고

뛰고 달리며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5월은 그대!

그대가 내게 왔고

그 속에 내가 있어 행복합니다








5월 어느 날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 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5월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

온몸에 풍기며

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

나뭇가지 가지에 피어난다.

흰 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

숫푸른 향기를 타고

가도 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

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

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

어머니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뭣도 모르고

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

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

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

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

오, 오월이여



5월에 박두진

푸른 한 점 구름도 없이 개인 하늘이 호수에 잠겼습니다

호수는, 푸른 하늘을 잠근 호수는, 푸른 머언 당신의 마음

볕 포근히 쏘이고, 푸른 나뭇잎 하늘대고,

하늘대는 잎 사이, 여기저기 붉게 피는 꽃 무데기.


오월은, 재재대는, 적은 새의 떼와 더불어,

푸른 호수 가로, 호수 가로, 어울리는데,

당신은, 오월, 이, 부드러운 바람에도 안 설렙니까.

소란한 저자에서 나무와 꽃 잎 사이,

비록 아기자기 대수롭지도 않은 풍경이긴 하나,

내 조용히 묻고, 조용히 또 대답할 말 있어,

기인 한나절을, 나 어린 소년처럼 혼자 와 거닐어도,

당신은, 하늘처럼, 마음 푸른 당신은 안 오십니다.


이제는, 머언 언제 새로운 날 다시 있어,

내, 어느, 바다가 바라뵈는 언덕에 와 앉아,

오오래, 당신을 기다리기, 하늘로 맺혀 오른 고운 피의 얼이,

다시, 저, 푸른 하늘에서, 이슬처럼 내려 맺어

나의 앞에, 붉은 한 떨기 장미꽃이 피기까지,

나는, 또, 혼자, 오오래 소년처럼 기달릴가 봅니다.








5월이 오면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랑을 하고 싶은 달

5월이다.



5월의 다짐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빛 우울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세지

귀담아듣고

가슴 깊이 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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