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원님의 겨울시를 모아봤어요 :-D
<용혜원 겨울시 모음>
겨울 여행 / 용혜원
새벽 공기가
코끝을 싸늘하게 만든다
달리는 열차의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들판은
밤새 내린 서리에 감기가 들었는지
내 몸까지 들썩거린다
스쳐 지나가는 어느 마을
어느 집 감나무 가지 끝에는
감 하나 남아 오돌오돌 떨고 있다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삶 속에 떠나는 여행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홀로 느껴보는 즐거움이
온몸을 적셔온다.
겨울 바다 / 용혜원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파도가 휘몰아쳐 와
방파제를 깨물었다 놓았다
거센 파도의 아픈 비명에
시퍼렇게 멍든
바다를 보고 있으면
찬 바람이 매섭게 따귀를 때리고
가슴 시리게 뚫고 지나간다
갈매기들이 낯선 객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끼룩끼룩 소리를내며
날개를 지으며 날고 있다
앞에 보이는 섬은
햇살이 끼어들 수 없는
산비탈에 하얗게 눈이 쌓였다
춥다! 춥다! 외칠수록
추운 선창가에서
항구를 떠나는 배는
시린 손짓 그리워
점점 멀어져 간다
강 / 용혜원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도
따스한 봄 햇살의
입 맞춤에
스르르 녹아내리는지
겨울 강도
봄이 오는 길목으로
흐르고 있다
겨울 아침 / 용혜원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겨울 아침에
발자국 하나 없는
눈 위를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얀 눈 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내 발자국을 뒤돌아보면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딛고 서기라도
한 것만 같아 기분이 명랑해진다
하얀 눈을 두 손 가득히 모아
꽁꽁 뭉쳐 힘껏 멀리 던져도 보고
하얀 눈을 뭉쳐서 굴려 보면
내 마음도 아이만 같아진다
하얀눈이 내리면
온 세상을 가득하게 덮은
하얀 빛이 새삼스레 고마워진다
하얀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날은
단팥이 들어 있는 뜨끈한 호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 싶다
눈 덮인 겨울 산 / 용혜원
한계령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겨울 산
그 설경을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서는
백색의 눈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겹겹이 다가오는
산과 산의 능선
아름다운 능선
아름다운 어우러짐
하얀 눈과 소나무의 조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살아 숨 쉬는 한 폭의 그림 이다
한계령에서 바라본 겨울 산은
능선과능선을 만들어내는
선의 아름다운 극치이다
산은 언제나 그렇듯이
제자리를 지키고 앉아
나를 반기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은 산의 품에
깊숙이 안겨버렸다
겨울 커피 / 용혜원
온몸을
움츠려도 떨리는
한겨울
언 손을
커피 잔에 녹이며
뜨거운 커피를
한모금씩 마신다
따스해지는 몸
편안해진다
한겨울엔
이 맛 때문에
커피를 마신다
겨울 나무들 / 용혜원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여름날 그 찬란한 햇살속에
아름답기만하던 옷들을
다 벗어버리고는 가지마다
서로 외로움을 비비며
추위에 떨고 있다
아니다 아니다 벌써부터
봄이 오는 걸 기다리고
싶은 마음에
모든손을 다 들고
환영하기를 시작한 모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커피 / 용혜원
봄 커피
봄 향기에 온 몸이 열정으로 끓어 오른다
봄바람에 열린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꽃무늬가 새겨진 잔에 타 마시는 커피
온몸에 온몸에 꽃들이 피어난다
온몸에 온몸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여름 커피
땀을 뻘뻘 흘리다가 마시는 냉커피의 맛
목줄기까지 시원하다
뜨거운 태양 열기만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커피
눈빛만 보아도 행복하다
여름날 카페에선 더위를 뛰어넘어
시원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다
계절을 잊고 서로를 잊고 사랑할 수 있다
가을 커피
노란은행잎이 떨어지는
가을 도시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은행잎 하나 띄워 마시면
이 가을을 마실 수 있을까
하늘에서 푸른 물감이
커피잔에 뚝 떨어져 고독에 물든
마음의 색깔을 바꿀 수 있을까
입술에 젖어오는
쓴맛과 단맛 프림의 조화를 이루는
그날의 커피는 가을색으로 물들었다
겨울 커피
온몸을 움츠려도 떨리는
한겨울 언 손을 커피잔에 녹이며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신다
따스해지는 몸 편안해진다
한겨울엔 이 맛 때문에 커피를 마신다
겨울비 / 용혜원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아우성으로 내리는
여름날의 소낙비와 다르게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는 이처럼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겨울비는 지금
봄이 오는 길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
긴 겨울이 떠나고
짧은 봄이 오더라도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그대 내 마음에
또다시 그리움을 풀어 놓을 것입니다
겨울비 내리던 날 / 용혜원
우산 속에서 우리는
때아닌 겨울비로
정겹다
어둠이 내린
겨울밤에 쏟아지는 비는
검은색이다
한없이 걷고만 싶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비 내리는 겨울밤
그대만 곁에 있으면
내 마음은분홍빛이다
그대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의 사랑도 내리는 겨울비에
촉촉히 젖어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겨울 장마가 온다 해도 행복하겠지요.
한겨울에 마시는 커피 / 용혜원
바람소리마저 쌀쌀한
혹한의 겨울
커피를 주문한다
빨개진 귀끝
찡한 코끝
추위로 몸서리 친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김 오르는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꼭 쥔다.
따뜻한 감촉
뜨거운 액체가
몸속으로 들어간다.
한 잔의 커피에
얼었던
몸이 녹는다.
겨울에 마시는 커피
이 맛이다.
이 순간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다.
지금 내 마음엔
차가운 겨울 바람이
씽씽 불고 있기 때문이다.
눈 덮인 겨울 들길을 가노라면 / 용혜원
눈 덮인 겨울 들길을
기차를 타고 가노라면
눈안에 그리움이 가득하다
눈이 내리면
이렇듯 온 세상을 다 덮거늘
그대는 왜 그리움으로만
내가슴에 가득한가
이 차가운 바람 불어 대는 겨울에
눈이 온 땅에 내리듯
그대 내 품에 가득하도록
쏟아져 내려라
눈 덮인 겨울 들길이
찬사가 터지도록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 내 품에 사랑으로
쏟아져 내려라
그대 눈처럼 내게로 쏟아져 내리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가을이 지나 다시 겨울 / 용혜원
떠나려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손끝에서 시린 바람이 불고
눈빛엔 차가움이 가득합니다
언제나 함께해주고
사랑해줄 것만 같더니
훌훌 떠나버리는 것입니까
봄 여름의 그토록 달콤했던 사랑도
귓가에서 가슴으로 스며들던 고백도
모두가 연극입니까
이 가을이 지나 겨울
다시 고독함으로 홀로 남게하는 이는
미운 사람입니다
떠나버리고 말면 나도
내마음의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말겠습니다
눈 위에 남긴 발자국 / 용혜원
밤새 하얀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다
눈 덮인 새벽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려니
마음이 상쾌하고 즐겁다
온통 하얀 세상을 보니
내 마음에까지 눈이 내린 듯 하다
눈을 밟으며 걷노라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행복은 늘 주변에 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하늘에서 복을 내려 주는 것만 같다
오늘은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만들며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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