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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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좋은글 모음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럽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비가 내리는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 나섭니다.

그립다 못해

내 마음에도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 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 불 때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렁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마저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비가 내립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달려와

부를 것 같은 설레임

내 안의 그대였군요.



비 오는 오후 - 탁명주


한종일

비는 텅 비어지도록 내리고

습기 진 창유리 속에 갇힌

내 마음은

먼 허공 속을 머문다

빗물을 긋는 행인들 사이

텅 빈 오후와 함께

기다림이란 낱말 하나

동그마니 남아 있다



비가 내린다 - 송정숙


비가 내린다

누군가의 가슴에

눈물이 되기 위해서


비가 내린다

잡지 못하고

놓아버린

이별이 아쉬워


비가 내린다

오늘은 접어두고

내일 열리는

아침을 위해서



비 내리는 밤 - 박태강


콩알 같은 빗방울이 때리면

인적 끊긴 가로등

외로워 눈물 흘리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

우산에 몸 숨긴 사람들

종종 걸음으로 갈 길이 바쁘다


비 내리는 모습이 아름다워도

폭우처럼 내리는 비

두려움을 자아내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

지난 추억 몰고 와

떠난 님 그리워 가슴 울렁인다


빗속의 님

기다린 지난날

그래서 행복하였노라고


언제 뵈올지 모르는 님

생각에

오늘도 나는 빗속을 거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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