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계절

반응형



올해의 8월은 오광수


8월의 이마에 박힌 태양은 

진저리나도록 피를 핥는다. 


보는 시선들을 하나씩 쏙쏙 뽑아서는 

새로운 구멍들을 만들어 핥고 있다. 


하필이면 이마인 것도 억울하고 

뵈기싫어 가려봐도 더 뵈기싫어 


두 다리를 눈두덩이 위에 버티고 서서 

태양을 빼내려고 용을 쓰던 8월은 


구름이 올라간 높은 산을 쳐다보고는 

그만 다리에 맥이 풀려 버렸다.




8월 오애숙


앞만 올곧게 가다 

한 번쯤 좌우 팔 벌려 

살펴보는 8월이다 


핍진한 들녘에서는 

언제부터인지 열매가 

망울망울 달리더니 


싱그런 온갖 열매 

팔월의 태양광 속에서 

익는 소리 요란하다 


8월이 지나가면 

한 해의 결실 한아름 

움켜잡으러 가야지 


급해지려는 맘이나 

좀 더 심사숙고함으로 

좌우 살피며 간다




8월의 현깃증 이영지


현깃증 일어나요 자꾸만 열 내시면 

서거나 앉아보며 달래요 비상 막의 

열매로 휘돌아 들며 안까님을 써 봐요 


땡볕에 가뭄점점 그러심 어쩌나요 

한 모금 물방울이 그리운 날이어서 

비상구 열어놓고서 물주기로 보내요 


바탕에 기도점점 꽃무늬 파랑기둥 

놓이는 하늘계단 분수로 흐르도록 

8월의 하늘분수가 밤새는 줄 몰라요




8월의 행진곡 장수남


그대 지칠 줄 모르는 꿈을 가슴에 안고 

깊은 삶의 여울목 지나 

존경과 사랑으로 맺은 

인연들이여 


당신의 진실은 먼 훗날 

어머님 그늘늪에서도 받을 수 없는 

넉넉한 희생 

오늘의 슬픔은 기억 속에 먼 날 숭고한 

꽃으로 승화하여 후손들의 

고귀한 횃불로 밝혀주소서 


반세기 땀 흘려 일군 텃밭 내 집 마련 

꿈은 부도 맞고 오 갈데없어 

벼랑 끝에 서서 비바람 만나 고개 숙여 

노을 진 이마에 잔주름 깊어가고 

오염된 양심은 

낙동강 변 휘파람소리 무너진 희망 


강산 발자국 뒤돌아봐도 

자국마다 한숨소리 메아리 

멈출 날 없어 빈 가지에 매달려 

잎새들이 짖어대는 마른기침 살을 깎는 

아이엠에프 더부살이 

오륙도 허리감고 나는 몸부림쳤네 


이젠 장하다 님 이여 

그 해 팔월 

그대 이름들이 모여 난항의 항해 끝에 

우뚝 솟은 대승하이아트 

눈부신 태양아래 꽃피우소서 

어제의 아픔은 찬란한 팔월 햇살에 

씻어 내리고 

천년 깊숙히 뿌리내리어 

자손만대에 안락하고 평안한 삶 영원히 

누리소서




8월 반기룡


오동나무에 매달린 

말매미 고성방가하며 

대낮을 뜨겁게 달구고 


방아깨비 풀숲에서 

온종일 방아찧으며 

곤충채집 나온 눈길 피하느라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푸르렀던 오동잎 

엽록체의 반란으로 

자분자분 색깔을 달리하고 


무더위는 가을로 바톤 넘겨줄 

예행연습에 한시름 놓지 못하고 


태극기는 광복의 기쁨 영접하느라 

더욱 펄럭이고 있는데




8월의 밀회 고은영

지금 세상엔 
단지 너와 나만이 숨을 쉰다 
그리곤 아무도 없다 

8월이 울창한 초록빛 언어 
가장 편한 자세로 
이름없는 오솔길 따라 
질펀히 사정하는 풀빛 향 

하늘로 치솟는 절정 
능선의 사타구니 따라 흐르다 
욕심도 없이 마구 젖어드는 
황홀한 행복 

말없이 이루어지는 
너와 나, 이 떨리는 교통 

아, 죽어도 좋을 
산이 되고 숲이 되고 나무가 되고 
드디어 나도 풀이되어 눕는다 

그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을까 

넘실대는 파도에 하얗게 이는 물보라 
그 물보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밀려오고 
그리고 쓸려 갔을까 

그래서 
겨울바다는 
늘 쓸쓸한가보다 

8월의 바다 
그 바다 저 편 
한번도 가 본적 없는 
숲으로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하얀 갈매기 날으고 
구름도 쉬어가는 그곳 
그곳에 혹시 
보고픈 연인이라도 머물고 있지나 않을까 

그래서 
그 섬은 
늘 그리운가보다 



반응형

이 글을 공유합시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