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째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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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 간다네_박종영


그저 손 벌리지 않아도

다독이고 갈 거라고 우쭐해 하던

봄바람.


흙먼지 곱게 다지고 일어서는 민들레

한자리 납작하게 차지하고,

풀꽃 넘치게 피어올라

헤프게 몸푼 소문들이

들녘에 넘쳐나는데


찾아올 거라 믿어

다듬고선 거울 앞에서

활짝 여문 4월의 봄 편지는

아직 열어보지 않는다고 흐느낀다


푸른 오월이 고개 디민다

청보리 가슴을 엿보는 저 쏠쏠한 재미,

듣는 마음 서운하게 귀뜸하기를

4월이 바로 빗겨간다는 소식



사월에는_나명욱


개나리 진달래 목련 매화 활짝 핀 사월에는

마음으로만 생각하던 사랑의 고백과 설레임들을

저 생동하는 꽃들처럼 활짝 피워볼 일이다


가슴으로만 앓던 부끄러움도 알량한 자존심도 잠시 묻어두고

살랑대는 봄기운 따라 따뜻한 시선과 눈빛으로

너 사랑한다 소녀처럼 크게 웃으며 외쳐볼 일이다


그 무엇인가를 사랑하므로 살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월에서 오월로_하종오


봄의 번성을 위해 싹틔운 너는

나에게 개화하는 일을 물려주었다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세상 떠도는 마음들이

한 마리 나비 되어 앉을 곳 찾는데

인적만 남은 텅빈 한 길에서 내가

왜 부르르 부르르 낙화되어 몸 떨었는가

남도에서 꽃샘바람에 흔들리던 잎새에

보이지 않는 신음소리가 날 때마다

피같이 새붉은 꽃송이가 벙글어

우리는 인간의 크고 곧은 목소리를 들었다

갖가지 꽃들 향해 꽃가루 나눠 살려고

향기 내어 나비떼 부르기도 했지만

너와 나는 씨앗을 맺지 못했다

이 봄을 아는 사람은 이 이유를 안다

여름의 눈부신 녹음을 위해

우리는 못다 핀 꽃술로 남아 있다



사월의 엽서_김경숙


어떤 꽃이든 영원함은 없다

자연에 순응하며 피고 지는 것을

꽃이 시든다고 서러워하지 말고

꽃잎이 전하는 사연에

마음 열어 둘 일이다

봄비에 꽃잎 젖고

춘풍에 꽃잎 날려도

사월의 봄볕아래

씨방은 튼실히 여물어 갈 테니

꽃이 시든다고 서러워하지 말고

꽃시가 전하는 사연

마음에 고이 묻어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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